욥기

By | January 23, 2022

1/23/2022 욥기의 메시지

1월 16일 주일에 욥기 설교 파일 9번을 마지막으로 보내드렸습니다. 그동안 몇 장씩 묶어서 해설을 하다 보니 분량이 많아져 핵심 메시지가 희석되어 보여서 욥기의 주요 메시지를 요약해보았습니다.

욥기는 고통에 대한 단순한 교훈이 아니다

먼저 기억하실 것은 욥기가 그리스도인이 고통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대한 말씀이 아닙니다. 욥기는 고통의 문제에 대한 교과서가 아닙니다. 끔찍한 고통을 겪는 욥을 찾아온 친구들은 왜 욥(인간)이 이러한 고통을 겪는지에 대한 격정적인 토론을 벌였고 그 내용이 욥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욥기를 다른 종교들의 공통적인 고통에 대한 가르침과 비교하며 – 신자의 고난을 통한 성숙, 고난은 위장된 축복임, 고진감래등의 교훈을 주제로 해석합니다. 성경에도 인간의 고통과 고난에 대한 귀한 교훈들이 많이 있지만 욥기의 주요 메시지는 그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으면 합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이 생명보다 중요하다

욥기가 말하는 바는 무엇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이 생명만큼(생명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욥은 평생 하나님을 섬기고 알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는 70세도 넘은 늙으막에 평생 쌓아왔던 하나님에 대한 앎으로는 ‘전혀 다른’ 하나님과 만나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기쁨과 감사의 삶을 살아온 그가 마치 하나님이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과 같은 캄캄한 어둠 속에 처하게 되면서 부터입니다. 하나님이 왜 나를 이렇게 다루시고 도대체 어디에 계시는지 욥은 울며 호소합니다. 그 끝머리에 비로소 드러내신 하나님께서는 ‘왜 욥이 그런 고통을 겪은 것’인지에 대해 침묵하십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것은 욥이 마침내 경험하는 하나님의 임재에 관한 것입니다. 욥의 고난과 고통을 걷어내주시는 기적같은 일을 보여주시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를 펼쳐보이십니다. 천지창조 당시와 현재를 함께 거닐며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창조의 광대함과 신비로움, 그리고 엄청난 능력과 지혜로 창조세계를 통제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합니다. 욥 38장에서 41장에 기록된 창조세계의 신비로운 장면들은 앞의 문맥과 맞지 않아 보여 가끔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 묘사입니다. 인간 고난의 문제에 집착하는 인간들의 뒷통수를 치는 듯한 이상한 반전입니다.

‘너는 대장부처럼 허리를 묶고 내게 대답할 지니라’ ‘트집 잡는 자가 전능자와 다투겠느냐 하나님을 탓하는 자는 대답할 지니라’ (38:3, 40:2)

이 말씀에서 적반하장에 자비라곤 찾기 어려워보입니다. 이에 대해 욥의 대답은,

‘주께서는 무소불능 하시오며 무슨 경영이든지 못 이루실 것이 없는 줄 아오니 무지한 말로 이치를 가리우는 자가 누구니이까 내가 스스로 깨달을 수 없는 말을 하였고 스스로 알 수 없고 헤아리기 어려운 일을 말하였나이다. 내가 말하겠사오니 주여 들으시고 내가 주께 묻겠사오니 주여 내게 알게 하옵소서.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삽더니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한하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하나이다.’ (42:1-6)

이 말도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은 분명합니다. 광대무변한 하나님, 영원중에 계신 하나님을 귀로 들어 티끌만큼 알고 있던 욥은 하나님의 임재의 경험으로 인해 눈이 열린 것입니다. 우주보다 크신 그 분의 임재 가운데 이제껏 겪은 악몽같은 잔인한 고통에 대한 의문은 안개처럼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크고 장엄한 신의 현존 앞에 모든 인류의 고통의 문제들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고 우주를 창조한 그 분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보게 된 것입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런 모든 일들과 참혹한 고통들조차 억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됩니다. 욥은 비로서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아가게 된 것입니다. 귀로만 듣던 하나님을 눈으로 뵐 때 겪을 감격과 같은 것입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한 인간 실존이 그토록 무참히 짓밟혀도 좋다는 말일까요? 이에 대해 우리는 매우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그렇다’고 할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이 진리를 수용할 수 있을지는 각자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지혜문학

욥기는 지혜문학으로 분류됩니다. 문학작품으로 소설이라 해도 됩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야훼 하나님의 구원의 축복을 먼저 받았고, 이제 열방으로 나아가 하나님의 존재와 선하심과 그분이 베푸시는 축복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가를 보여줄 통로로 택함 받은 백성입니다. (창 12:1-3) 그러려면 열방을 가르칠만한 지혜, 즉 하나님의 지혜가 필요한데, 그런 지혜를 담고 있는 책들이 잠언, 시편, 전도서, 아가서와 욥기 들입니다. 이런 하나님을 가르치는 지혜의 책에서 ‘도대체 하나님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한 일가가 그토록 참담한 고통을 당하기까지 해야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욥기는 극단적인 답을 줍니다.

순교자를 예로 들어 봅시다. 요즈음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순교자를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순교는 기독교 신앙의 시금석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예수를 믿는 일에 생명을 걸 수 있는가?’ 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예수 믿는다고 생명을 다투어야 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이런 시대에 기독교 신앙의 진정성을 가르치기 위해 순교자들의 역사를 배우는 것입니다. 참 신앙이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매우 극단적인 예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욥기도 하나님 앎의 중요성을 매우 극단적인 이야기를 빌어 말한 것이라 여겨 집니다.

모르고 살아가는 법

또 하나의 욥기 메시지는 그리스도인은 고통의 문제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욥은 자신과 친구들이 그렇게도 알고 싶어 했던 것-왜 나에게 이런 고통이 닥쳤는가 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합니다. 욥을 만나주신 하나님은 엄청난 천지창조의 계시를 주시지만 막상 자신의 의문에 대한 답은 얻지 못합니다. 나중에 잃었던 사람과 가축을 보상받았지만 원래 잃어버린 것과는 별개입니다. 약간의 위로는 되었을지 모르나 내내 자신의 고통의 이유와 원인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풀러 신학대학원에 스탠리 하우어워즈 라는 기독교 윤리학교수가 있습니다. 이분은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 어렵게 공부해서 세계적인 학자가 된 분입니다. 그런데 결혼을 했을 때 부인이 심한 조울증 환자였음을 알게 됩니다. 양극성 정동장애라 불리는 이 병이 심하면 도저히 같이 살기 힘듭니다. 그의 부인은 심한 분노조절장애, 언어폭력등으로 남편을 괴롭혔고 성장기에 겪은 갖가지 상처로 인한 고통을 고스란히 남편에게 퍼부었습니다.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하워즈 교수는 이 아들이 엄마로부터 상처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살았습니다. 여러 번의 자살시도와 이혼요구에 이어 결국 가출하고 이혼이 되었는데 부인은 52세의 나이로 심장마비로 죽었습니다. 그는 ‘나는 아들을 엄마의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눈물겨운 나날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참 기가 막힌 일입니다. 지인들이 물었을 때, ‘교수님, 왜 하나님이 교수님처럼 신실하고 선한 그리스도인에게 이런 고통을 주셨을까요?’ 그분의 답은 이랬습니다. ‘모른다. 묻지 마라. 기독교인이 그런 답을 안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믿는 길이 옳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폄하하는 것이다.’ ‘기독교인은 답 없이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인생에는 고난이 있고 사람들은 자신이 겪는 고통의 원인을 알고자 합니다. 피할 수 없이 고통을 겪게 되었다, 그래, 좋다. 그렇다면 그 이유라도 알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답이라도 달라는 것입니다. 박완서 작가가 대학생으로 키운 아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인생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그의 책 ‘한 말씀만 하옵소서’ 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가슴을 찢는 절규에 하나님은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욥도 답을 얻지 못합니다. 하나님을 뵙고 그분과 함께 넋을 잃을 만큼 광대한 창조의 신비를 관람했지만 자신의 고통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듣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제 하나님이라는 분으로 말미암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욥기에서 우리들은 많은 깨달음과 적용거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욥의 고통을 공감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견뎌내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탁월한 지혜문학이니 만큼 많은 인생의 담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욥기에서 많은 지혜를 얻어야 합니다. 다만 이 요약정리에서 조심스럽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많은 유익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만 욥기의 핵심 메시지는 고통 자체의 문제에 대한 설명, 교훈이라기 보다 위에서 말한 두가지,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을 알아가는 일을 생명보다 낫게 여겨야 한다는 것

고난의 문제에 대한 원인을 알지 못할지라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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